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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 우리는 누구를 기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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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08일(월) 09:59 [i주간영덕]
 

ⓒ i주간영덕
6월 호국보훈의 달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추념식이 열리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러나 화려한 기념행사와 엄숙한 추모사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이 있다. 과연 대한민국은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사람들에게 정당한 예우를 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오늘은 독립운동가와 참전용사,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후손 중 상당수는 가난과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생계를 걱정하는 동안, 일제강점기 권력과 부를 누렸던 친일 세력의 후손들은 사회 지도층과 경제 권력을 형성하며 부와 명예를 대물림해 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민주국가에서 조상의 죄를 후손에게 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후손의 책임 여부가 아니다. 국가가 역사적 정의를 제대로 세웠느냐는 것이다. 해방 이후 친일 청산은 좌절되었고, 독립운동에 대한 보상과 예우는 오랫동안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결과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보다 나라를 배신한 세력이 더 큰 부와 권력을 누리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지적을 우리는 외면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의 위선이다. 선거철이면 누구나 애국을 말하고 보훈을 외친다. 현충일이 되면 앞다투어 국립묘지를 찾고 태극기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정작 국가유공자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정책과 예산 확보에는 소극적이다. 보훈을 국가 정체성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정치적 수사와 행사성 이벤트로 소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훈은 추모가 아니다. 책임이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약속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면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신뢰가 없다면 어느 국민이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는가. 보훈은 과거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의 신뢰 자산이다.

이제라도 국가는 근본적인 전환에 나서야 한다.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 후손에 대한 생활·교육·주거·취업 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생존 애국지사와 국가유공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또한 미발굴 독립운동가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역사 기록을 복원하는 국가 차원의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역사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친일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하는 풍토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립운동은 존경받고 친일 행위는 역사적 반성의 대상으로 남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가치 기준마저 흔들린다면 국가 정체성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호국보훈의 달은 단지 묵념하는 달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누구의 희생으로 존재하는 나라이며, 어떤 가치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것인지를 묻는 시간이다. 독립운동가 후손의 눈물을 외면하면서 애국을 말할 수 없고, 국가유공자의 희생을 방치하면서 보훈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친일의 유산은 부유하고 애국의 후손은 가난한 현실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은 역사 앞에서 떳떳할 수 없다. 진정한 보훈은 기념식장의 헌화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과 그 후손들이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그것이야말로 호국보훈의 달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가장 엄중한 시대적 과제이다.
주간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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