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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삼진칼럼] 감성적 표현으로 대중은 현혹하지만…
2018년 03월 09일(금) 13:58 [i주간영덕]
 

ⓒ i주간영덕
한국축구대표팀의 감독이 되려는 사람 두 명이 있다. 이 두 사람이 토론회에서 맞붙었다. 한사람은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한 사람은 축구인들의 이성에 호소한다.

브라질 축구팀을 상대로 어떻게 경기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A감독후보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축구팀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브라질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를 거두겠습니다. 애국심이 충만한 불타오르는 가슴을 가진 우리 선수들은 반드시 브라질을 이겨낼 것입니다.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저의 순수한 열정과, 브라질을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선수들의 강철 같은 투지를 믿어 주십시오. 반드시 브라질을 꺾고, 승리의 트로피를 대한민국의 이름 앞에 바치겠습니다.”

같은 질문에 B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브라질은 우리팀보다 전력이 우세합니다. 특히 공격력은 우리보다 한 수 위입니다. 그러니 전반전은 상대팀 선수들이 체력을 낭비하도록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겠습니다. 그러다가 후반 막판에 빠른 선수들을 투입해서 기습을 노리겠습니다.”

두 감독 후보의 발언에 대해 패널들이 질문을 한다. A후보에게는 이런 질문이 도착한다. “어떻게 승리하겠다는 것인지? 전술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구체적인 전술 내용을 밝혀달라?”

이 질문에 A후보는 태연하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하신 그 질문에서 진정성과 애국심이 느껴집니다. 저도 질문자와 똑같은 진실의 가슴과 뜨거운 애국심을 가진 사람입니다. 국민을 사랑하는 저의 마음, 반드시 이기겠다는 우리 선수들의 의지를 믿어주십시오. 제가 감독이 되면 반드시 승리의 깃발을 대한민국 축구의 전당에 바치겠습니다.”

B후보에게는 이런 질문이 던져졌다. “브라질 선수들이 지치면 후반 막판에 기습공격을 하겠다고 했는데 브라질 선수들이 지치지 않으면 어쩔 것이오?”

B감독은 이렇게 답변한다. “브라질 선수들이 우리의 전술을 알아차리고 지치지 않으면 승리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수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간간히 기습공격을 할 것입니다. 수비수를 많이 두고 공격 숫자는 줄이지만 전혀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경기가 진행되면 브라질 선수들이 골을 넣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식으로 두 감독후보의 토론이 진행된다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에서는 A감독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받게 된다. 축구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 A감독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전술이 없지만, 대중을 현혹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그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축구인들은 압도적으로 B감독을 지지할 것이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공론화위원회의 조사결과가 이런 식이었다. 일반국민들은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에 대해 찬반이 반반 이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화려한 어휘를 동원하면 현혹되기 쉬운 게 일반 국민이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공사재개를 지지했다. 이들 모두가 전문가였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여러 날 동안 원전에 대한 자세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원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됐고, 그에 따라서 이성적인 의사표현을 할 수 있었다.

근사한 표현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큰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그것을 입증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얼마가지 않아 2018년 6월13일 지방선거로 홍역을 치른다. 이미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고, 각 후보자마다 자신의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거창한 공약에서부터 실행이 불가능한 공약이 여기저기서 남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권자들은 앞서 언급한 두 감독의 토론회를 잘 기억해야 한다. 후보자들의 거창한 공약에 혼동이 되면 안 된다. 정치인은 말을 잘하기로 유명하다. 후보자가 내뱉는 공약을 어떻게 펼칠 건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저 말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는 정치인은 자치단체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후보자가 펼칠 수 있는 정책은 말이 아닌 실천이 뒤따라야 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처음과 끝이 중요한 게 아닌 과정에 따른 중간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덕군에 5만명이 들어찰 수 있는 축구전용경기장을 짓겠다고 하면 이는 결국 유권자들의 귀를 속이는 일이고, 이는 곧 자치단체가 파산으로 가는 지름길이나 다름없다.

황 삼 진 기자 sj12102002@naver.com
주간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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