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지역경제 농업종합 정치 행정 지방의회 종합 도정 도의희 도교육청 경북연합 사건사고 소방소식 복지 행사 인물 카메라고발 종합 동영상뉴스 학교소식 사회/문화 여성/환경 사회교육 종합 향우회소식 사회단체 장애인 행사 종합 레져 생활체육 학생체육 행사 종합 여성 환경 행사 종합 데스크칼럼 기자수첩 독자투고 기고 기타 종합 출향인인터뷰 출향인소식 이사람 영덕인 인터뷰 이달의 인물
최종편집:2026-04-23 04:59:41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뉴스 > 기타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수필)노란 살구
2017년 06월 14일(수) 10:23 [i주간영덕]
 

ⓒ i주간영덕
유월의 새벽 정원 산책은 늘 새로움의 연속이다. 구름안개 쫙 내려깔린 신비로운 정원, 빗방울 머리에 이고 있는 정원 잔디,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함께 정원을 산책할 때면 새들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어둠은 한 걸음씩 뒷걸음쳐서 물러가고 아침은 밝아온다. 봄바람 타고 나폴 나폴 내리던 행화 꽃비에 시선은 멈추고 몸은 망부석이 되었지만 마음은 어린 시절로 줄달음친다. 그 꽃비 내리는 하늘에서 여름바람 타고 뚝뚝 뛰어내리는 노란 살구 녹색 융단위에 옹기종기 내려앉을 때 꽃향기 보다 짙은 노란 살구향기 정원에 가득하고, 시각만으로도 후각을 후리치는 노란 살구 신맛은 고향의 여름이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집 마당에 떨어진 노란 살구는 여름의 대명사이다. 온 유월 더위에 비라도 내리면 보리타작하다 말고 천수답 모내기부터 시작해야하는, 죽은 귀신도 벌떡 일어나 일손을 돕는다는 바쁜 농사철, 이때가 바로 보리 고개라고 하는 춘궁기이다. 하지만 고향의 마을에는 집집마다 노란살구가 파란창공에 매달려있어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들이 고인다. 마당이 좁은 집의 살구나무는 담을 넘어 길가에 가지를 뻗고 심지어 남의 집에 가지를 걸치기까지 한다. 마을을 배회하면서 길가에 늘어뜨리고 있는 노란살구를 쳐다보면서 바람이 불기를 소원도 하고 때로는 돌팔매질로 살구를 떨어뜨려 부서지고 깨진 살구를 흙을 털고 게눈 감추 듯 먹어치웠다. 지금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얼굴이 찡그려진다. 익을 사이도 없이 동네 아이들의 돌팔매질에 살구도 살구나무도 멍이 든다.

집 마당 노란 살구는 온전하게 따 먹는 요령을 안다. 보리타작을 하고 난 후 보리 짚을 살구나무 밑에 깔고 긴 장대기로 살구나무 가지를 털어 살구를 떨어뜨리면 잘 익은 노란살구는 부서지지 않고 온전한 살구로 보리 짚더미 속에 숨어들어간다. 살구를 먹고 씨앗을 땅에 묻어두면 이듬해 발아되어 싹이 나서 살구나무 묘목이 되는 것을 알고 여기 저기 밭두렁에 심기도 했다. 이런 저런 추억으로 인하여 노년에 살구나무 묘목 5주를 구입하여 정원에 심은 것이 벌써 노랗게 잘 익은 살구를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나무가 높지 않고 아래는 잔디가 융단처럼 깔려있어 노랗게 잘 익은 살구가 떨어져도 부서지거나 깨어지지도 않았다. 온전한 노란살구가 잔디 그릇에 소복이 담겨져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만 같다.

어린 시절 엄청 큰 나무에 많이 열린 살구도 늘 모자라 아쉬웠는데 지금은 작은 나무에 달린 살구도 다 먹을 수 없는 노릇이니 아이러니컬하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노란 살구를 잘 씻어 건조기에 넣어 말려서 심심풀이 군것질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았다. 예로부터 살구를 행실(杏實)이라하고 씨앗을 행인(杏仁)이라고도 하여 약제로 사용하였다. 오늘날 그 효능이 밝혀져 살구에는 비타민 A, 철분 풍부하고 헤모글로빈 재생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특히 말린 살구는 베타카로틴 함유가 많아 항암식품으로 좋다고 하니 건강식품으로 그만이다. 건조대에 넣고 70도 온도에 12시간 건조를 시키고 나니 탱글탱글하던 노란 살구가 쪼글쪼글하고 거무스름한 빛의 말린 살구로 변했다. 다시 한 번 더 자연의 햇볕에 말린다면 장시간 보관하면서 먹는데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살구를 먹을 때마다 어린 추억을 함께 먹을 수 있어 좋다. 노란살구처럼 익어가는 인생이고 싶다.

노란 살구 맛 못지않게 살구꽃 또한 아름답다. 옛 시는 물론 현대시에도 살구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 많다. 살구꽃 붉은 봉오리는 날씨에 민감하여 따뜻한 훈풍이라도 불면 오래 참지 못하고 잎을 활짝 벌린다. 너무 벌린 탓일까 붉은 기운은 없어지고 흰 멍으로 변한다. 다섯 꽃 밭침을 밀어제치고 오형제 잎들은 많은 수술과 오직 한 개의 암술만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개동무를, 손깍지를 끼고 있다. 바람이 불고 비가와도 꿈쩍하지 아니하던 꽃잎 오형제는 암술과 수술을 결혼시키고 나면 미련 없이 공중 낙하한다. 꽃잎이 떠난 자리에는 푸른 열매를 맺고 푸른 열매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맛 중에도 진저리가 나는 아주 신 맛으로 한 번으로 족하게 다시는 먹을 수 없다는 경고로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어 버린다. 익을 때까지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는 것을 지극히 경계하고 있다.

이웃하고 있는 매화나무와 구분하기도 어렵고 또한 매실과 구분하기 어려워 상인들은 종종 살구를 매실로 둔갑시켜 팔고 있다고 한다. 나무와 나뭇잎을 비교도 해보고 살구와 매실을 비교도 해보지만 익지 않고 푸를 때는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매실나무 꽃인 매화와 살구나무 꽃인 이화의 구분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매화는 순결함과 고상함이 베여있는 느낌이라면 이화는 매혹적이며 정열적인 느낌이 함빡 베여있는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 열매 또한 독특한 향을 가진 맛을 내고 있다. 오늘도 노란 살구를 먹으면서 살구꽃으로 물들인 어린 시절 고향으로 마음을 떠나보낸다.

수헌 장은재 이학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주간영덕 기자  
“언론사 & 단체 명훈”
- Copyrights ⓒi주간영덕.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주간영덕 기사목록  |  기사제공 : i주간영덕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이희진 전 영덕군수, 조주홍 예비후..
법무부 영덕보호관찰소협의회..
영덕보호관찰소,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희진 전 영덕군수, 조주홍 예비후..
영덕대게,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
영덕형 특화 워케이션 파트너사 1차..
영덕군, 참여형 생태 관광 ‘202..
영덕도서관, 2026년 미래교육 학..
국민의힘, 광역·기초의원 공천 확정..
영덕군, 2026 지역 일자리 목표..

최신뉴스

조주홍, 국민의힘 영덕군수 후보..  
영덕경찰서, 노인 안전 사각지대..  
영덕군, 신규 원전 전담 조직 ..  
영덕보호관찰소, 보호관찰위원과 ..  
영덕군, 고유가 피해지원금 오는..  
강구농협, 다문화 가정 ‘모국방..  
"함께 가면 역사가 된다" 한국..  
영덕군 ‘행복 선생님’, 산불 ..  
영덕교육지원청, 2026년 학교..  
경북·영덕 장애인 연합, ‘제4..  
영덕지역자활센터, 홀몸 어르신 ..  
원황초, 상반기 문화예술 초청공..  
영덕군, 2026 기초 영농 기..  
국민의힘, 광역·기초의원 공천 ..  
영덕군, 2026 지역 일자리 ..  


인사말 - 광고문의 - 제휴문의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기사제보 - 구독신청
 상호: i주간영덕 / 사업자등록번호: 173-28-01219 / 주소: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강영로 505 / 발행인.편집인: 김관태
mail: wy7114@hanmail.net / Tel: 054-732-7114, 054-734-6111~2 / Fax : 054-734-6113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30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관태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