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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버지의 마음(父情)
2017년 05월 15일(월) 13:21 [i주간영덕]
 

ⓒ i주간영덕
‘회의에 참석하라는 통지를 받는 꿈’을 꾸고 아침잠에서 깨어났다. 딸아이 취직합격통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조용히 두 손 모아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의 커튼을 살짝 걷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은 아직 어두운데 보안등 불빛 아래 빗방울이 반짝였다. 불면 날아갈까, 만지면 터질까, 놓으면 다칠까 마음 졸여 가면서 애지중지 키운 딸아이가 있다. 어제 서울에 있는 V 회사 입사 면접시험을 보고 밤늦게 귀가하면서 “아빠 지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어요.”라고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침마다 하는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 걷기운동 대신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나른한 몸도 녹이고 사색을 하면서 오전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 꿈 이야기를 하면 효험이 없어진다는 속설도 있고, 지켜서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꾹 참았다. 오후가 되어서 지난밤의 꿈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주고 좋은 소식이 올 것 같다고 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뒤 딸아이로부터 월요일 출근하라는 합격통지가 왔다고 어쩔 줄 모르면서 기뻐했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던 귀염둥이 딸아이가 어느새 훌쩍 커버려 동지를 떠날 채비를 하는 한 마리의 새가 되었구나! 딸아이의 삶은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 기쁨과 즐거움을 주었지만, 딸아이에 대해서는 늘 부족함만 보이고, 나의 욕심이 나와 딸아이를 괴롭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질없는 걱정과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제2의 인생 출발점에서 자기 인생을 자기가 책임지고 헤쳐 나갈 나이이고 또 그렇게 할 능력도 있고 그렇게 할 것이다. 정신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된 것이다. 떠날 때가 되었고 떠나보내 주어야 한다.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또 걱정이 앞서는 것은 아버지의 마음일까?

지나온 나의 과거를 보더라도 인생은 즐겁고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고, 기쁨에는 성냄이 있고, 즐거움에는 슬픔이, 행복에는 불행이 따라다녔다. 우리의 생활이면에는 언제나 긍정과 부정의 개념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가 틈만 보이면 불쑥 나타나 희로애락이 교차하였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내심은 가졌는지’ 걱정스러움이 늘 앞서는 것은 아버지의 마음일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이 부모와 자식 간의 천륜의 정이라는 걸까?

퇴계 선생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하며, 효와 자애의 도리는 천성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이러한 어버이의 애정과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인간도리라 했다. 효도는 어버이의 자애로 시작하여 자식의 보답으로 끝난다고 했지 않았나. 아버지의 사랑과 자식의 효가 서로 주고받음으로 천륜이 이어지는 것일까? 그런데 오늘날 자식을 사랑하기는커녕 구박하고 몹쓸 짓을 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부모에게 효도하기는커녕 부모를 부담스러워하는 자식, 호구로 아는 자식들도 있는 것 같다. 자식을 구박하여 법원으로부터 친권을 박탈하는 판결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효도계약서가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사주거나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자식은 부모에게 봉양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을 담은 각서를 작성하고 위반할 시 법적 책임을 묻을 수 있는 계약서이다. 민법상 자식에게 조건 없이 증여한 재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돌려받기 어렵다한다. 이 때문에 섣불리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줬다가 나중에 홀대받거나 버림받을 것을 우려한 부모들이 안전장치로 효도계약서 쓰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에 그치고 대부분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있다.

취직한 딸아이에 대한 걱정과 함께 바라는 것도 많다. 선인들의 말씀처럼 착한 사람에게는 그 선함을 배우고 악한 사람에게는 그의 잘못을 보고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것보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직장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삶의 가장 작은 부분 속에서 가장 큰 것을 발견하는 것처럼…. 평범한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발견하여 대처해가는 늠름함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려움을 극복하였다면 어려움 없이 사는 것보다 더 값지고 행복할 삶이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이 모두가 아버지의 마음이란다. 바라는 것이 많으면 실망도 많겠지? 그럼 걱정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모두 접고 너를 믿어 볼게. 아니 믿을 수밖에 없지만. 그러나 단 한 가지 “한 번뿐인 인생,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의 젊은 미를 마음껏 펼쳐보렴! 그리고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말라. 너 자신은 이 지구 위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이 아닌가!”

취직하여 아버지의 곁을 떠나는 딸아이를 생각하면 엄격함으로 인하여 마음에 상처를 입힌 적은 없었는지? 그동안 부족한 것만 생각나니 웬일인지 모르게 시간을 되돌려 놓고 싶다. 서울이란 낯선 곳에서 아프지는 않은지? 밥은 제때 먹고 있는지? 엄마와의 전화통화에 시선은 고정되고 귀와 마음은 온통 전화기 곁에 머문다. 사랑하는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며 나갈 딸아이의 미래를 기원하면서 오늘도 걱정의 짐을 내려놓을 줄 모르는 딸 바보 아버지의 마음(父情)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주간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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