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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공중 부양한 천연기념물 용계 은행나무 노거수
2017년 03월 20일(월) 17:18 [i주간영덕]
 

ⓒ i주간영덕
노거수를 찾아다니면서 그 웅장함과 경이로움에 푹 빠져서 늘 감사하는 마음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노거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그곳 주민의 따뜻한 인정에 감복했다. 많은 노거수에서 우리 조상의 삶과 노거수 사랑의 애환이 숨어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살아 숨 쉬는 문화재 천연기념물 175호 용계 은행나무 노거수는 전 세계적인 생태적 사건으로 기록되고도 남는다. 우리 민족 정서의 인류문화사적으로 매우 독특한 민족 생태학 기반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나무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실천적 행동의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로 최초가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날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나무의 경제적 가치보다 문화적, 경관적, 심미적, 정신적, 존재가치를 우선한 사건이다. 나무 목재 가치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들어 수몰 위기에 내몰린 노거수를 살려낸 주인공은 바로 마을 주민이다.

안동시 길안면 소재지를 지나 청송으로 가는 고갯길을 넘다 보면 임하댐. 지례예술촌으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 길을 쭉 따라가면 천연기념물 용계 은행나무를 만나 볼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 칠백 년이란 긴 세월을 하나같이 안동시 길안면 용계마을에 살았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약속해 주는 신 내림 나무로 믿고 마을 사람들은 자손 대대로 경외심을 가지고 가꾸며 보호했다.

그 옛날 임진왜란이 일어날 때도, 북한이 침략한 6.25 전쟁 때도 국가의 위태로움을 알리려고 큰 소리로 울었다는 애국충절의 나무이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과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럽고 덕을 갖춘 나무로 받들며 지극정성을 다한 보람으로 웅장함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나라 나무 중에서 키가 37m로 용문사 은행나무 다음이고, 그 허리둘레는 14m하고도 50cm나 되어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살아 있는 문화재다. 거구의 앉은 자리의 지름은 37m나 된다 하니, 그 앉은 자리의 넓이만도 무려 1,074㎡를 차지하고 있다.

700살이나 살다 보면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나이인데 어찌 행복할 때도 불행할 때도 왜 없었을까. 평화로운 시대에는 만세의 복을 기원하며 또한 찬양으로 우러러 받들었을 것이 분명하나 국난을 당하고 외세의 침입으로 혼돈의 시대에는 제 목숨 아까워 모두 몸을 도사리고 침묵으로 일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은행나무는 마을과 나라의 수호신 나무답게 한 발도 물러남이 없이 목숨을 걸고 자리를 지킨 우국 충절의 의사이다.

하지만 위기는 다른 곳에서 닥쳤다. 하늘의 천재지변도 아니고 외세의 침입도 아닌 내부의 개발로 일어났다. 그것도 주민의 뜻과는 무관하게 수백 리 밖의 도시민들과 나라의 발전을 위한답시고 조용한 이곳 산천에 댐을 건설함으로 뜻하지 않게 은행나무는 수몰 위기에 처했다. 댐 구역 안의 생명체들과 문화재는 물속에 영원히 잠들게 되었다. 사람과 동물이야 이곳을 떠나면 될 것이고 문화재는 안전한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만이지만 살아 쉼 쉬는 문화재인 은행나무야말로 대책이 깜깜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살려야 한다는 신앙처럼 불붙은 나무 사랑에 1990년 11월 경북도와 안동시는 16억 1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3년 5개월에 걸쳐 온 정성을 다해 15m 높이의 하늘로 공중 부양하는 데 성공했다. 임하댐 물속에 빠져 죽을 운명에서 주민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동안 쌓고 베푼 공덕이 빛을 발했다.

마을은 수몰되고 주민들은 모두 떠나고 없지만 용계 은행나무는 앞으로 수백 년 더 인간과 뭇 생명체를 위하여 인류와 자연 생태계에 공헌할 것이다. 계절 따라 모습을 달리하면서 다양한 문화 창조 대상물로 중심에 서 있다.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문학과 예술의 소재가 되고 철학과 학문의 유용한 교재로 삶의 지혜와 진리를 담아 전해주고 있다. 해돋이 해넘이 때 은행나무는 언제나 정갈한 마음으로 제일 먼저 해를 맞이하고, 함께 하면서 떠나보내는 유일한 파수꾼이다.

오래되고 거대한 살아있는 생명체인 은행나무 앞에 서면 아무리 강한 강심장도 예외 없이 압도되어 심미적 감흥의 최면술에 걸려 꼼짝달싹 못 한다. 용계 은행나무는 누가 무어라 하여도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지구 위에 탄생한 생명체는 인간을 비롯하여 그 어느 것도 멸시되거나 부정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하느님은 필요 없는 생명체를 만들지는 아니했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그 무엇인가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그 무엇인가를 우리는 모르지만,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안다.

안동시에서는 땅에 내려앉은 은행 씨앗으로 싹을 틔워 후계목을 무상으로 공급한다고 하니 그 후계목 하나 얻어 키우고 싶다. 공자님이 은행나무 밑에서 강의하였다고 하여 은행나무를 공손수라 불러 중국에서 유학한 선비들이나 관료들이 귀국하는 길에 갖고 와서 공자의 철학을 본받기 위하여 서원, 서당, 제실, 별서 등에 기념으로 식수하였다. 수몰 위기에 내몰린 천연기념물 용계 은행나무를 공중 부양시켜 문학과 예술의 소재로 철학과 학문의 교재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은 주민의 위대한 노거수 사랑의 결실이다.

수헌 장은재 이학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주간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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