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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버지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쫓아다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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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 09일(목) 14:04 [i주간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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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i주간영덕 | | 옛날 우리 조상들은 가정윤리로 효를 최고의 덕목으로 가슴 속 깊이 새기면서 자자손손 실천하며 살아왔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함부로 자를 수 없다면서 서슬 파란 일본 제국주의 시대 단발령에 반발하는 것을 보더라고 부모님에 대한 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부모님이 정해준 배필이라면 얼굴을 몰라도 그 뜻을 받들고 평생의 반려자로 함께 사는 것을 운명으로 여긴다. 당시의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상상도 할 수 없는 금기사항을 깨뜨린 청천벽력 같은 청춘남녀의 사랑에 관한 나무설화가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어 현장을 찾았다. 이들의 순결한 사랑의 징표로 왕버들을 내세워 나무보호자연관을 우리 민족의 DNA에 잉태하게 했다. 나무를 함부로 훼손하거나 벌목함으로써 망한 나라와 소멸한 도시를 볼 때 왕버들 노거수 설화는 우리 조상의 나무 사랑에 대한 고귀한 지혜를 담고 있음에 놀랍다.
청춘 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 부모의 지극한 자식 사랑, 나무 사랑의 상징물로 마을 주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고령군 성산면 어곡리에 있는 왕버들 노거수를 찾았다. 나무의 우람함, 수피의 거칢으로 보아 나무의 수령은 수백 년은 족히 되었고 모진 세월을 견딘 상흔이 나무줄기 곳곳에 남아 지나온 연륜을 말해 주고 있었다. 어곡마을 들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왕버들 설화는 가슴을 촉촉이 적시며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이 마을에 마음씨 착한 가난한 농부와 그와는 반대로 많은 재산과 하인을 거느린 마음씨 고약한 부자가 살았다. 가난한 농부 집에는 잘 생긴 아들이, 고약한 부잣집에는 예쁜 딸이 있었다. 농부는 아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소원이었으며 자신의 고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사랑하는 아들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하며 아들 잘되기만을 바라고 살았다. 논에서 우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혹시 아들의 공부에 방해가 될까 봐 쫓아다니다 밤을 지새운 적도 한두 번이 아녔다.
어느 날 부잣집 귀여운 딸은 귓가에 들려오는 ‘글을 읽는 도련님은 누구일까?’ 생각하며 맑은 가을 하늘의 둥근 보름 달빛 아래 자신도 모르게 글 읽는 소리를 따라 가난한 농부의 아들 글방 바로 앞에까지 다다랐다. 인기척 소리에 문을 연 총각은 달빛 속에 선녀와 같은 처녀를 보고 흠모하게 되었고 처녀 역시 이 총각의 모습에 반하여 서로가 깊은 사랑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신분과 계급의 차이로 부모님의 결혼반대에 부닥친 두 연인은 부모님께 불효의 용서를 빌면서 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고 그 나무가 잘 자라면 저희도 금실 좋게 잘 살고, 나무가 말라 죽으면 저희도 죽은 줄 아시라는 내용의 편지 한 통을 남기고 몰래 집을 떠난다. 양가의 부모님은 자나 깨나 나무를 가꾸고 보살피면서 자식들이 잘살기를 기원하였다.” 는 설화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왕버들은 마을 주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정자나무로 잘 자라고 있다. 나무가 싱싱하게 잘 자라면 자식이 잘살고 있고, 말라 죽으면 자식도 죽었다니 기가 막히는 고별편지이다. 부모 입장에 어찌 나무를 보호하고 잘 가꾸지 아니하겠는가! 이보다 더한 나무 보호 메시지가 어디 있을까? 밤새도록 개구리를 쫓는 부모님 또한 이보다 더한 지극한 자식 사랑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요즈음 언론보도에 따르면 11세 된 어린 딸을 2년간 감금하고 폭행한 부모, 두 살배기 입양한 딸을 학대하고 쇠파이프로 폭행해 숨지게 한 양부모, 결혼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노끈으로 시아버지가 될 수 있었던 남자친구의 아버지를 목 졸라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한 30대 여성, 여자 친구와 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의 부모에게 앙심을 품고 계획 살인을 한 남자 등 심심찮게 얼룩진 사회 일면이 보도되고 있다. 부모님은 안중에도 없고 재산만을 호시탐탐 노리는 자식, 결혼 조건에 사랑보다 상대의 경제력, 돈이 더 위력을 발휘하는 사회, 과다한 혼수품 요구에 피멍이 드는 부모, 이런 돈에 대한 욕심과 허영이 빚어낸 사건이 아닌가 생각된다. 끝없는 욕망의 구정물에 빠져들어 참된 정신은 더렵혀지고 있다.
가꾸고 보호해야 할 나무도 개발이란 미명과 땅의 이용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훼손되고 또 잘려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을 숲과 마을 지킴이 노거수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주택, 회관, 도로, 주차장 등 편익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마을 숲과 나무는 직접 수목의 경제적 가치는 미비할지 몰라도 환경적, 심미적 가치는 엄청나다. 생명체들의 서식처 기능과 사계절의 아름다움의 미적 기능 등 우리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우리는 보이는 돈에만 눈이 멀고 있다.
효와 사랑이 가문의 전통과 역사가 되어 세세손손 자랑거리가 되어야 할진대 신문, 방송에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사건을 접하니 슬프기만 하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편리한 생활을 지향하면서 마음은 더 불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기술은 더 발달하고, 세계는 더 가까워지고, 경제도 더욱 성장했지만, 윤리 도덕은 빛이 바래고, 철학은 화장품처럼 지식 도구화로 전락하고, 종교는 사는 방편으로 관료화되어 외면은 뜨거운 불처럼 타고 있으나 내면은 차가운 얼음이 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낡고 병든, 나쁜 습관이 활개를 치고 있는 요즘 세상에 왕버들 설화는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수헌 장은재 이학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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