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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왕버들 노거수
2017년 02월 21일(화) 16:47 [i주간영덕]
 

ⓒ i주간영덕
수년 전 노거수를 찾아 생육상태와 얽힌 설화를 조사하던 중 깜짝 놀랄 선조들의 나무 사랑 지혜를 듣게 되었다.

왕버들에 관한 전설이다. 낙동강 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분포하고 있는 왕버들은 우리 고장 선조들의 삶의 애환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면서 숱한 나무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왕버들 군락지인 성주군 성밖숲에 60여 그루의 노거수가 천연기념물 403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느티나무 다음으로 많이 생육하고 있는 노거수이다.

하천 둔치나 제방 주위에 살고 하는 대표 수종인 버드나뭇과의 교목인 왕버들은 여타 다른 나무들보다 수형이 훨씬 크고 녹음도 짙어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마을 어귀나 들판, 강변의 왕버들은 여름 피서지이다. 또한 조류를 비롯한 많은 생명체의 서식처이며 피난처이다. 강변 왕버들 가지에 보름달이 걸리는 밤이 되이면 청춘남녀 데이트 장소이다.

청송 파천면 관리 마을에 있는 천연기념물 왕버들은 청춘남녀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설화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하고 아프게도 하는 삶의 주된 스토리이다. 보고 또 보아도, 듣고 또 들어도 싫증나지 않고 보고 싶고 듣고 싶다. 사랑은 만물의 생명에 깃들어 있는 최고의 가치이며 본성이기 때문일까? 사랑에 대한 개념은 너무나 많아 다 열거하여 말로 이야기할 수도 글로 표현할 수도 없다.
그중에서도 청춘남녀 이성 간의 사랑은 인간을 아름답고 인간답게 살게 하며 때로는 하나밖에 없는 자기의 목숨도 내놓게 하는 마법의 신비가 있는 것 같다. 하늘을 울리는 천둥 같은 큰 기쁨도 맛보지만 땅을 적실만큼 큰 슬픔의 눈물도 흘린다, 하늘과 땅을 왔다 갔다 하는 감정의 기복을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사랑이다. 청춘남녀의 사랑은 때 묻지 않고 순수하기에 우리 모두의 공감 속에 기쁨과 행복의 눈물, 슬픔과 불행의 눈물을 함께 먹고 사는 눈물의 하늘이고 땅 인가보다. 이런 지고지순한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나무 사랑 실천을 살짝 숨겨놓은 우리 조상의 지혜가 놀랍다.

전설의 내용은 “옛날 채(蔡) 씨 성을 가진 처녀가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마침 임진왜란을 당하여 나라에서는 의병을 모집했는데 60세가 넘은 아버지에게 출병징집 영장이 왔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평소 처녀의 미모와 정숙한 마음가짐을 보고 사모해온 젊은이가 대신 출정하겠다고 나셨다. 처녀는 너무나 감동해서 전쟁이 끝나 돌아오면 백년가약을 맺을 것을 약속했다. 출정을 하루 앞둔 전날 밤 두 사람은 우물가에서 남몰래 만나 석별의 정을 눈물로 나누면서 총각은 어린나무 한 그루를 우물가에 심어 놓고 가겠으니, 날 보듯 고이 길러 달라고 했다. 처녀는 매일 그 나무에 물을 주고 정성을 다하여 보살폈다.
그러나 전쟁도 끝났으나 총각은 돌아오지 아니하자 아버지는 딸이 처녀로 늙어 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다른 사람과 정혼을 서둘렀다. 처녀는 아버지를 위해 대신 죽어간 사람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총각이 떠날 때 심어 놓은 나무를 어루만지면서 상념에 젖는 날이 늘어만 갔다. 끝까지 총각이 돌아오기만 기다렸으나 끝내 돌아오지 아니하자 처녀는 모든 것을 단념하고 결혼 전날 밤에 불효막심한 자식을 용서해 달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명주 수건으로 왕버들 가지에 목을 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가 죽은 얼마 후 왕버들 옆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자랐는데 마을 사람들은 처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환생이라 믿었다.”는 이야기이다.
불행하게도 처녀의 혼이 환생한 소나무는 수년 전에 고사하고 지금은 그 자리에 주민들이 심은 후계목 소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이 나무를 날 보듯 가꾸어 달라."고 부탁한 그 나무가 오늘날 왕버들 노거수로 자랐고 처녀의 혼이 환생한 소나무를 마을 주민들은 500년 훌쩍 넘은 오늘날까지 정성스럽게 보호해 왔다. 이런 전설을 간직한 나무를 그 누구도 함부로 훼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태평양 중앙부에 있는 작은 화산섬인 이스트 섬은 야자수 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1,100년 전 폴리네시아인이 이 섬에 상륙하여 정착하면서 집을 짓고, 배를 건조하고, 생활 용구를 만드는데 나무를 모두 베어 사용하였다. 나무가 없어짐에 따라 신에 대한 믿음도 사라지고 그들이 창조한 문화도 소멸하고 사회는 재생 불가능이 되었다. 이런 무분별한 나무의 남벌로 인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는 멈추어버렸다. 이와는 달리 왕버들 노거수 전설 속에 숨은 나무 사랑의 지혜는 우리 조상들의 자연관을 말해주는 불변의 자연 교과서이다. 청춘남여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왕버들 노거수는 오늘날 천연기념물이라는 품격의 이름을 얻어 티브이에 출연도 하고 있다.

수헌 장은재 이학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주간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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