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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마을동산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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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0일(화) 14:53 [i주간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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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i주간영덕 | | 옛날 우리 조상들은 마을을 개척하면서 마을 뒷동산에 나무를 심었다. 나무는 점점 자라 숲을 만들었다. 숲은 초본식물, 덩굴, 목본식물 등 다양한 종의 식물들로 층을 만들고 미생물과 곤충, 조류, 동물 등 다양한 종의 생명체가 모여 둥지를 틀었다. 마을에는 사람과 길들어진 동물이 살고, 마을동산 숲에는 야생의 동물이 살았다. 마을동산 숲은 도토리, 송이, 딸기 등 먹거리를 생산하여 마을 사람들의 입맛도 돋궈주고 다양한 도움을 주는 보물창고가 되었다. 농사에 지친 마을 주민들의 심신의 피로를 푸는 휴식처가 되고 어린이의 놀이터가 되었다. 산소와 미네랄이 듬뿍 담긴 신선하고 맑은 공기를 주민에게 공급하는 공장이며 공기 청정기 역할까지도 담당하였다.
마을동산 숲은 밤이면 자연의 신비한 어둠의 이불 속으로 찾아 들어오는 모든 가족을 품고 있다. 산까치, 비둘기, 참새는 솔가지 흔들림에 잠이 깨고, 부엉이와 올빼미는 밤새도록 야간 경비 서느라 늦잠을 잔다. 숲속 가족들은 아침 햇살로 일광욕하고 새들은 밤이슬에 젖은 날개를 말린다. 풀벌레는 몸을 데워 날 준비를 한다. 동고비는 이 나무 저 나무를 찾아다니면서 노래로 인사를 나눈다. 미생물은 흙을 부드럽게 하느라, 봄바람은 기운을 불어 넣어주느라, 봄볕은 잠자는 씨앗을 깨우느라 바쁘다. 진달래 아름다운 꽃망울은 금방이라도 터질듯하고, 활짝 핀 꽃잎 속 수술에 에워싸여 있는 암술과 잎보다 꽃부터 먼저 핀 생강나무 노란 꽃잎 속에는 곤충들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고개 숙인 할미꽃, 앙증맞은 제비꽃도 솔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볕에 몸을 내밀어 쪼이고 있다.
마을동산 숲은 지독한 겨울 추위, 맵고 강한 북풍, 찬 서리, 무거운 눈도 참고 견디어 낸다. 추위에 동상도 걸리고, 바람과 폭설에 몸도 상하지만 기다린 보람으로 치유의 기운을 가진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름의 무성한 녹음,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은 마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경배하기에 손색이 없다. 도토리는 다람쥐와 청설모의 먹이지만 때로는 마을 사람들의 간식거리로 일품이다. 아까시나무, 찔레나무, 청미래덩굴은 숲 가장자리에 무장하고 외부의 침입을 막아주는 평화의 파수꾼이다.
도시 어린이들이 놀이공원을 찾듯이 마을 어린이들은 솔바람 향기가 가득한 마을동산 숲을 찾는다. 이곳은 공포와 전율을 즐길 수 있는 인간이 만든 바이킹과 하늘 열차는 찾아볼 수 없지만, 자연이 만든 흙냄새를 맡을 수 있고 연녹색의 잎과 각양각색의 예쁜 꽃들로 물들어져 있다. 공포와 전율의 도시 놀이동산의 고성보다 마을동산 숲은 자연이 만든 신비한 보물로 가득 차 있는 새들이 노래하고 있어 좋다. 위험도 복잡함도 기다림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돈을 주고 입장권을 살 필요도 없다. 항상 자유 개방이며 자유롭게 뛰어놀고, 사고하고, 오랫동안 놀아도 누구 하나 야단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언제 어느 때나 친구가 되어 기쁨을 주고 슬픔을 나눌 수 있다. 알록달록한 진달래꽃을 꺾어 귀에 꽂고 입에 물고 손에 들고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해방구이다. 이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한 놀이동산이 있을까?
내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난다. “놀다 지쳐 나른한 봄 햇살 쏟아지는 할배, 할매 무덤가 잔디 위에 누워 두 팔 뻗고 하늘을 보면서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버들피리 입에 물고 골목을 누비는 바람이 되어보기도 하고, 할배, 할매가 따준 겨울 감나무에 매달린 까치밥 얼린 홍시를 먹기도 하고…. 꿈속에서 헤매다 점심때가 훨씬 지난 뒤에야 집으로 오는 날에는 입안은 진달래 꽃향기로 가득했다.“
마을동산 숲은 생명이 시작되는 잉태의 산실이다. 생명체들의 고향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 민족만의 유전적 본능의 표현형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소통하는 공간이다. 씨앗을 보관하는 생물다양성종자은행이다. 씨앗은 바람을 타고, 때로는 강물에 몸을 맡겨 새로운 신천지에 정착하여 자손을 번식한다. 마을 사람들의 오감을 깨우고 정신은 맑게 하여 기분을 최상으로 만들어 주는 행복 주머니이다.
해는 서산에 걸터앉아 마지막 정열의 불꽃을 태우고 마을동산 숲에 산 그림자를 드리운다. 마을동산 숲을 찾는 사람들에게 솔가지 사이로 내려온 따뜻한 햇볕은 몸을 데워주고, 향기로운 솔향은 마음을 데워준다. 아름다운 꽃은 생명의 귀함에 눈을 뜨게 한다. 새들의 고운 노랫소리는 마음을 즐겁게 하고, 빨간 줄딸기의 상큼한 맛은 입을 청결하게 해준다. 오감의 흥취를 아무리 즐겨도 누가 말리지도 않고 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준다. 자연이 감추어 놓은 숲속의 보물은 찾아오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져도 좋다. 아무리 가져도 또 사용해도 없어지지 않는 참 보물이니까. 서산의 해는 솔가지 사이의 따뜻한 햇볕을 거두어가고 초승달의 어슴푸레한 달빛이 마을동산 숲을 밝혀줄 때 마을동산 숲은 밤의 이불을 덮고 총총히 빛나는 별들을 헤어보며 행복한 꿈을 꾼다.
수헌 장은재 이학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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