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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2015년 12월 01일(화) 10:52 [i주간영덕]
 

ⓒ i주간영덕
(1) 2000년 여름 15년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영덕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시도한 일이 영덕군 경계답사였다.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가족 모두와 친구네 가족까지 나섰다. 등산로가 있어서 편하게 갈 때도 있었고, 길이 없어서 덤불을 헤치며 가느라고 몇 시간씩 제자리에 맴돌 때도 있었다. 지도를 잘못 읽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기도 했고, 출발할 때 맑았던 날씨가 비바람 부는 날씨로 바뀌기도 했다.

당시 일곱 살 박이였던 막내는 거의 끌고 다니다 시피 했다. 험한 산길에 아이들을 굳이 끝까지 데리고 다닌 이유는 아이들한테 용기를 북돋워주고, 평생 고향으로 삼게 될 우리 영덕 땅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살펴보고 느끼라는 의미에서였다. 출발하기 전에 그날 우리가 다녀올 곳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손으로 죽 가리키고 설명하면, 아이들은 미리 겁부터 먹었다. 까마득하게 먼 곳에서 흐릿한 기운에 물들어 보라색으로 보이는 높은 산들을 대하고는, 과연 다녀 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날 저녁에 우리가 다녀온 곳을 멀리서 되돌아보고는 가슴 뿌듯해 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늘었고, 나중에는 언제 산에 갈 거냐고 먼저 묻기도 했다. 아마도 그때의 경험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

다음해 1월까지 13회에 걸쳐서 답사를 마치고 느낀 점은 영덕이 참으로 넓고 아름다운 고장이란 점이었다. 저절로 아끼고 가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한테도 영덕에 계속 살던지 떠나든지 간에, 너희들이 직접 경계를 밟아 보았고 그 안에서 살았던 영덕을 절대로 잊지 말고 가꾸는데 힘쓸 것을 당부했었다.

위 내용은 제가 몇 년전에 지역 신문에 게재했던 글의 일부입니다. 답사 몇 년 뒤 아이들은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10년 세월 별탈없이 성장한데는 그때의 경험과 자신감이 밑거름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영덕’에 대해서 말하려면 사전에 직접 영덕을 둘러보십시오. 말이 필요 없습니다. 영덕이 나가야할 길이 저절로 보일 겁니다. 영덕은 면적이 741.06㎢로, 서울 면적(602.28㎢) 보다도 훨씬 넓습니다.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가치가 무궁무진해질 수 있습니다.

(2) ‘영덕’은 사람살기에 참 좋은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바다, 강, 산을 모두 갖추고 있고, 물이 맑고 공기가 깨끗합니다. 바다를 끼고 있어서 인근 내륙지방과 비교해서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합니다. 가뭄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기 시작하면 적당하게 비가 내립니다. 전국이 물난리로 떠들썩해도 영덕은 조용합니다. 태풍조차 비켜갈 정도로 풍수해가 적습니다. 농작물 생장과 주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안개도 적습니다. 영덕은 화창한 날씨인데, 황장재를 넘자말자 바로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사방에 자욱하게 덮고 있는 광경을 더러 목격하셨을 겁니다.

몇 년전 영덕이 핵발전소 건설 후보지로 선정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깜짝 놀랐는데, 서로 공치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아니다 싶어 주위 사람들에게 “공덕비를 세웁시다!”라고 주장하였지만, 끝내 메아리 없는 소리가 되어 버렸고,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만세 부르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후 영덕을 떠나서 살만한 곳이 있는지 지도를 펴놓고 들여다보기도 하고, 다른 지방을 지나게 되면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습니다. 내륙지방은 여름에 너무 덥고 겨울에 너무 추울 것 같았습니다. 인근 영양군만 해도 기온이 4∼5℃ 정도 차이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따뜻한 남쪽 지방은 태풍과 물난리가 내키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하면 영덕은 지금 이대로도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에 축복받은 땅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건강이 명예와 돈보다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3) 영덕에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인구가 늘고 경제가 발전할까요?
영덕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실제로 정착하여 사는 인구가 많아야 합니다. 바람같이 스쳐지나가거나 철새 같이 잠시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나무같이 뿌리내리고 사는 ‘진성 영덕인’이 많아야 합니다. 그러나 영덕은 인근에 포항이라는 큰 도시가 있어서 사람과 돈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영덕에 직장을 두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포항에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공무원, 교직원, 조합직원, 전문직, 회사원, 상인 등, 직업도 다양합니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차량들을 한 번 보십시오. 이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더구나 포항-영덕 고속도로와 철도가 건설되면 더 심해질 겁니다.

무게중심을 뒷발에 두고 엉덩이를 뒤로 뺀 채 한발만 영덕 땅에 슬쩍 담가놓고, 여차하면 그 한발마저 빼버리려는 ‘무늬만 영덕인’인 사람도 많습니다. 주위를 살펴보십시오. 소위 사회 지도층이란 사람들뿐만 아니라, 영덕의 미래를 짊어지겠다는 젊은 사람들도 경제적 여건만 되면 ‘무늬만 영덕인’으로 변모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다들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있습니다. 참 관대합니다.

자, 영덕의 현실이 이와 같은데 핵발전소 하나 들어왔다고 해서 인구가 얼마나 늘어날까요? 영덕에서 먹고자고해야 마땅한 사람들조차 포항에서 출퇴근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데, 한수원 직원과 가족들에게 영덕에 상주하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지금 포항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핵발전소의 매력에 이끌려 영덕으로 이주할까요?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영덕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영덕의 인구와 경제를 지탱하는 힘은 농민과 어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정주인구에서 나옵니다. ‘무늬만 영덕인’인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져도 영덕경제에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영덕은 지정학적 특성상 핵발전소가 들어온다고 해서 막연히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고 단정할 게 못됩니다. 때가 되어 ‘무늬만 영덕인’인 사람이 떠나고 나면, 영덕 땅에 의지해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만 남아서 ‘애물단지’만 덜렁 떠안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돈을 퍼부어도 한계가 있습니다.
주간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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