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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葛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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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4일(화) 13:49 [i주간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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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i주간영덕 | | (1) 칡(葛)이 넝쿨을 만들 때 오른쪽으로 감을까요? 왼쪽으로 감을까요? 등(藤) 넝쿨은 나무를 오른쪽으로 감고 오를까요? 왼쪽으로 감고 오를까요? 평소 직접 확인해 보거나 사리 분별력이 있는 사람은 쉽게 답을 할 수 있지만, 별 생각 없이 지나친 사람들은 아마 머리가 혼란스러워 질 겁니다. 실제로 하나는 오른쪽 감기를 하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왼쪽 감기를 합니다. 둘이 서로 뒤엉키면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바로 갈등(葛藤)입니다.
(2) 이번에 자발적 주민투표에서 최종 투표일까지 투표인명부 작성에 서명한 군민이 18,581명이었는데, 그중 투표한 사람은 11,209명(60.3%)입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7,372명과 투표인명부에 서명하지 못한 군민 모두가 원전 유치에 찬성하는 사람들일까요? 모르긴 해도 불이익이 두려워 양심적 갈등(葛藤)을 겪다가 투표소에 가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영덕에서 관(官)을 비꽈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영덕군과 공무원들의 눈 밖에 나면 웬만한 사업이나 장사를 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측은 “괜히 사진 찍혀서 나중에 장사 못하지 말고, 투표장에 나가지 마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였고, 실제로 사진촬영을 하였습니다. 영덕군 공무원이 투표소 앞에서 참여 인원을 파악하여 수시로 보고하고, 연고지 마을을 찾아다니며 투표하지 말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이런 마당에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섣불리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지요.
인간은 자기의 내면적 사상과 양심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요당하지 않고 자기의 사상과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당하지 않을 양심의 자유가 있습니다. “투표하러 가면 원전유치를 반대하는 사람이고, 투표하러 가지 않으면 찬성하는 사람이다”라고 편가르기를 했는데, 이는 기독교를 탄압하던 시절 십자가 밟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십자가를 밟지 않으면 기독교인으로 판명되어 탄압을 받게 되고, 그렇다고 십자가를 밟게 되면 믿음을 저버리게 되는 상황과 이번 투표 방해 행위와 무엇이 다릅니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는 말아야 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현실과 내면의 양심 사이에 갈등을 겪다가, 끝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고서는 스스로 한탄하고 울분을 삭이며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공무원들 중에도 상부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과 양심 사이에 갈등을 겪은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3) 원전 유치에 대한 지역 갈등(葛藤)의 원인은 애당초 영덕군수가 군민의 안전과 재산에 관한 중요 사항인 원전유치신청을, 군민 대다수가 모르는 가운데, 한수원이 유도하는 대로 군의회 의결과 부지인근의 399세대주 동의만으로 결정했다는데 있습니다.
자치단체 의회는 주민의 생명, 건강, 안전, 재산과 직접 관련되는 모든 사항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받은 것은 아닙니다. 바꿔 말하면, 자치단체 주민이 자신들의 생존과 관련된 결정권을 모두 의회에 맡긴 것은 아닙니다. 지방자치법 제39조는 의회가 의결할 수 있는 사항 11개를 열거하고 있는데, 원전유치 동의안을 의결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습니다. 마지막 제11호에 “그 밖에 법령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융통성 있게 규정하였으나, 원전유치 신청을 군의회 의결사항으로 규정한 “그 밖의 법령”이 따로 있는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결국 영덕군 의회가 법적 근거도 없이 주민이 부여한 권한을 넘어서는 사항에 대하여 의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유치신청과 관련해서 제대로 된 주민동의 절차를 밟지도 않았습니다. 저도 영덕에 주소를 두고 직접 영덕에 살고 있는 ‘진성’ 영덕군민입니다만, 최근까지 유치 주체 어느 누구도 원전유치에 대한 찬반의견을 물어온 적이 없었습니다. 다른 군민들 대부분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영덕군민 누구의 동의를 얻었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의서를 써준 399명만 영덕군민이고, 다른 군민은 영덕군민이 아닙니까? 이번 주민투표에서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시한 사람만 해도 그 25배나 되는 10,274명(투표인 기준 91.7%)입니다.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영덕군이 유치신청을 권유하는 한수원 공문을 받고, 군의회가 의결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한 의결을 거쳐, 대다수 영덕군민도 모르게 주민 399명 동의만 받아 한수원에 유치신청하였습니다. 이 엄연한 현실을 영덕군민 모두가 묵과해야 합니까? 이게 어디 국가사무입니까?
선출직 선거 몇 번 지나갔다고 해서 밀실행정의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까지 저절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잘못된 원인행위를 바로잡고, 대다수 군민이 만족하는 절차를 새로 밟는 것만이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라고 생각합니다.
(4) 이번 자율적 주민투표에 대하여 행자부와 산자부는 “해당 투표행위는 「주민투표법」에 따른 합법적인 주민투표가 아니며, 아무런 법적인 근거나 효력이 없습니다.”라고 했고, 유치찬성측 일부에서는 ‘불법’이라고 까지 선전했습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는 「주민투표법」에 규정된 3분의 1 이상 투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고 합니다. 일부 언론도 그대로 기사화했습니다.
아니, 언제 누가「주민투표법」절차에 따른 주민투표를 한 적이나 있습니까? 이번 주민투표 주관측은 영덕군으로부터 관련자료를 확보하지 못하여, 군민들의 자율적인 서명을 받아 투표인명부를 작성하여 ‘자율적 주민투표’를 했을 뿐입니다. 왜 「주민투표법」이 정한 요건을 들먹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유치찬성측은 투표관리가 불공정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방폐장 유치 투표 때 물불 가리지 않았던 경험에 근거한 막연한 추측일 뿐입니다. 직접 투표에 참여해 본 사람은 이번 투표가 얼마나 공정하게 관리되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괜한 트집만 잡을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실정법에 따른 투표를 실시해서 이번에 투표하지 못한 영덕군민의 진정한 뜻이 어디에 있는 지 확인하자고 용기있게 주장하는 편이 떳떳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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