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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영지회(絶纓之會)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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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6일(월) 18:05 [i주간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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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i주간영덕 | | (1)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다. 밤이 되어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바람에 등불이 꺼졌다. 그때 장왕의 총희(寵姬)를 흠모하던 신하가 총희의 몸을 건드렸다. 총희는 “지금 불이 꺼졌을 때 누가 제 몸을 만져 제가 그의 관끈을 끊어 가지고 있으니, 불이 켜지면 누구의 관끈이 끊어졌는지 보십시오.”라고 말했다. 장왕은 “내가 하사한 술에 취해서 실수한 것인데, 내가 어찌 그대의 정절을 드러내기 위해 신하에게 모욕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하고, 바로 신하들에게 말했다. “오늘 과인과 술을 마시는데 관끈이 끊어지지 않은 사람은 이 자리를 기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신하들은 모두 관끈을 끊었고, 불은 다시 켜졌다.
3년이 지난 후 초나라가 진(晉)나라와 싸웠는데, 한 신하가 늘 앞장서서 죽기를 무릅쓰고 분투하여 적을 물리쳤고, 마침내 승리하였다. 장왕이 이를 이상하게 여겨 그 장수를 불러, “그대를 특별히 대해 준 것도 없는데, 어찌하여 그토록 목숨을 아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 신하가 대답했다. “저는 이미 3년 전에 죽었을 목숨입니다. 제가 바로 관끈이 끊어졌던 놈입니다!”
절영지회(絶纓之會), 즉 관끈을 끊고 즐긴 연회라는 고사인데, 단체의 지도자라면 갖춰야할 덕목을 보여준다.
(2) 투표첫날 오전 8시 쯤 영덕읍 제1투표소에 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흰색 몽골텐트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는 경찰관을 비롯한 10여명이 모여 있었고, 투표를 관리하는 책임자와 뭔가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투표관리인은 한수원측에서 집회신고를 하고 투표소에 출입하는 사람들 사진을 찍고 있다고 했다. 순간 벌컥 화가 났다. 그렇잖아도 며칠 전부터 영덕읍내 상가를 돌며, “괜히 사진 찍혀서 나중에 장사 못하지 말고, 투표장에 나가지 마라”고 협박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터였다. 이건 엄연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다.
투표장에 잠시 머무는 동안 투표하러 오는 사람이 1명밖에 없었다. 투표관리를 위해 외지에서 와서 새벽부터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이건 아니지 않는가! ‘수고하신다’는 인사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혼자서 투표장 20곳을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전날 못가 본 4곳을 마저 돌아보기 위해 다음날 아침 8시 30경 병곡 제1투표에 갔다. 투표소 텐트앞에 사람들이 보이기에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를 했더니, 당황해 하면서 “아닙니다. 우리는 면사무소 직원입니다.”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물러났다. 다른 투표소에 가보았더니 공무원들이 마을마다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투표불참을 종용한다고 했다. 아니, 평일에 바쁜 공무원까지 동원하여 자율적 주민투표 저지라니? 이건 엄연한 직권남용이 아닌가!
(3) 원전유치를 찬성하는 사람들도 영덕군민이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영덕군민이다. 그런데도 원전유치 찬성측은 이번 주민투표를 ‘불법’이라고 단정하고, “투표를 한 사람들은 원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나중에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투표장에 가지 마라”며 각종 수단을 동원하여 주민투표 불참 운동을 전개했고, 결과적으로 누가 찬성이고 누가 반대인지 내심을 드러내도록 강요했다. 절영지회(絶纓之會)의 지혜를 보여주지 못하고 공공연히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며 편가르기를 했다.
주민투표는 ‘불법’이 아니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어느 법 어느 조항을 위반했단 말인가? 불법이라면 진작에 형사책임을 묻던가 민사책임을 물었을 것이다. 법률가 출신으로 법에 대해 그나마 ‘유식’한 행자부 장관과 주무부서인 산자부 장관조차 주민들에게 보낸 ‘경고서한’에서 ‘불법’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해당 투표행위는 「주민투표법」에 따른 합법적인 주민투표가 아니며, 아무런 법적인 근거나 효력이 없습니다.”라고 했을 뿐이다.
(4) 영덕군이 산자부나 행자부의 입장을 추종하여 이번 주민투표에 대해 취한 태도는 주민자치시대의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떳떳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법적근거 없는 해당 투표행위에 대해 영덕군이 시설·인력·자금 등 행정적 지원을 하거나, 이·반장의 자격으로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해당 투표행위를 지원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습니다.”라는 산자부·행자부 장관의 입장 표명이 있었다고 해서 소속공무원과 이·반장까지 동원하여 투표 방해를 했어야만 했는가?
자치단체의 주민은 자치단체의 재산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읍면사무소 건물은 등기부상 엄연히 영덕군 소유이고, 산자부나 행자부 장관 소유가 아니다. 영덕군수는 영덕군민이 선출한 선출직이지, 산자부나 행자부 장관이 임명한 임명직 군수가 아니다. 군민에 의해 선출된 군수는 영덕군 시설을 이용할 권리가 있는 주민들에게 시설을 제공했어야 했다.
(5) 이번에 투표한 영덕군민은 11,209명이고, 핵발전소 유치반대가 10,274명(91.7%), 유치찬성이 865명(7.7%)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 영덕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분열의 골이 깊게 파여 오래 갈 수 있다. 방폐장 유치 찬반투표 때처럼 이번에도 반대편 사람들에게 각종 불이익을 줄 것인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군민 의식수준이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졌다. 유치찬성을 한 군민도 865명이나 된다. 누가 찬성을 했는지 반대를 했는지 가려낼 수 있는가? 절영지회(絶纓之會)의 지혜를 왜 보여주지 않았는가!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영혼과 양심의 목소리가 이끄는 대로 행동한 분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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