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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들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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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육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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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8일(수) 11:52 355호 [i주간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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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들녘에는 오곡백과가 영글어가는 소리와 곱게 물들어가는 나뭇잎의 변화와 향기를 더하는 들꽃까지 함께 어울려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사계절이 뚜렷한 고마움과 금수강산 이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하며 천혜적인 자연을 유독히 사랑하는 영덕에서 살고 있음을 감탄할때도 있었지만 올 해의 가을는 변득스러운 날씨가 혼란스럽기도 하였지만 이제 겨우 제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이렇게 좋은 가을 오후에 들녘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 더욱 고마울 따름이다. 가을이 한창 익어가는 들녘은 땀흘린 보람으로 풍성함이 있어 더욱좋고 가을을 기쁨으로 거두어들이는 무관하지 않은 고향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더욱 좋았다.
가을들녁을 여유있게 지나는 동안 풍년을 자랑하는 고개숙인 벼이삭을 만났으며 콩이며 팥이며 잘익은 고추밭과 열매익은 온갖것들이 저마다 대견스럽게 보였다.
내것은 없어도 가을 들녘은 넉넉하고 보기만 하여도 배부른듯하다. 유년때 느껴 보지 못한 새로운 가을맛이다. 왜 어려운 곳에서 세상짜증을 내고 있는지 모두들 불러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좀더 지체하며 또 다른곳을 만났다. 열매는 볼수 없었지만 키가 아담한 가을 배추밭 앞에서 발길을 멈추게 되었다 그렇게 풍만 하지도 않은 적당한 몸매를 가진 배추포기들이 성숙한 모습으로 너무도 질서 정연하게 조용히 도열하고 있다.
앞뒤 좌우를 살펴보아도 모두가 바른자세를 갖추고 있다. 훈련에 익숙한 병사들이 부대의 연병장에서 침묵하며 도열하고 있는 듯 하여 갑자기 구령이라도 불러보고 싶은것은 왠일일까. 사람들 앞에서 호령하지 못한 억제된 충동이 일어나는 듯도 하였다. 생각은 자꾸만 엉뚱하여 발길을 옮길 수 없었다. 고개숙였던 그많은 벼이삭들 앞에서는 그저 흐뭇했던 마음이었는데 온몸으로 희생을 각오하는 잎푸른 가을 배추 밭을 지켜보며 왜 이렇게 호령하려는 것일까. 스스로 비겁한 내면의 모순앞에 여러 가지 생각은 뜬구름 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가을은 영글어 가고 있지만 위대한 가을 배추의 일생 앞에서 또 한번 못난 인간의 식욕이 발작하고 있다. 더욱이 군침이 돋는 것은 가을 김장맛을 연상한 때문이다. 가을 날씨가 변득스럽다고 하였지만 결국은 나도 변득스러운 사람이었다.
열매가 아니라 잎이 좋아야 한다고 잎만 가꾸어온 배추를 탓할 이유는 없다. 어린잎을 피우며 자연속에서 온갖 벌레들의 조롱을 견디며 잎을 갉아먹어도 속 잎만은 서로를 껴안으며 상하지 않도록 순서대로 덮어주는 배려가 그속에 깊이 살아 있었다. 구멍 뚫린 자리를 스스로 메우지 못한 배추를 그냥 탓 할 이유는 더욱 없는것이다. 결국은 벌레먹은 겉잎을 버리고 싱싱한 속 잎만 가려먹을 것인데 왜 상한 겉잎 몇장을 보고 이렇게 탓하고 있는 것일까. 서울에서 빰맛고 한강에서 화풀이 하는 사람들 속담처럼 가을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배추밭 앞에서 또 한번 무너지는 나의 모습이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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