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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여름을 지나, 결실의 가을로
2026년 10월 07일(수) 14:57 [i주간영덕]
 

ⓒ i주간영덕




초가을이다.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는 계절의 변화가 확연하다. 들녘의 벼는 고개를 숙이고, 나무의 열매는 제 빛깔을 찾아가고 있다. 자연은 이맘때 우리에게 조용한 진실 하나를 일깨운다. ‘결실은 순탄한 시간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올여름 우리 사회가 지나온 길도 녹록지 않았다. 정치적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서민과 기업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경쟁과 대립이 거세졌고, 이상기후와 각종 재해까지 우리의 일상을 위협했다.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들녘을 시험했듯 우리 사회 역시 여러 갈등과 위기를 견뎌야 했다.

그러나 자연은 역경 속에서도 생명을 멈추지 않는다. 가뭄이 지나면 다시 비가 내리고, 폭풍이 지나간 뒤에도 나무는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이어간 끝에 마침내 열매를 맺는다.

사회도 다르지 않다. 갈등의 존재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갈등을 편 가르기와 증오의 연료로 사용할 것인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성찰과 변화의 동력으로 바꿀 것인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의 승자가 아니라 갈등을 넘어설 줄 아는 사회’다.
정치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해를 조정하는 기술이어야 한다. 경제는 단기적인 숫자에만 매달리지 말고 성장과 분배, 혁신과 민생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도 국익을 지키되 대화와 협력의 문까지 닫아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에게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기보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 내 주장을 관철하는 것만큼 상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된다.

열매가 익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씨앗을 뿌리고 다음 날 수확을 기대할 수 없듯 사회의 변화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가뭄을 견뎌야 하고 폭풍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무엇을 배우느냐가 미래의 결실을 결정한다.

초가을 들녘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또 하나의 섭리는 ‘열매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다. 진정한 성숙은 자신을 높이는 데 있지 않고 더 낮은 곳을 돌아보는 데 있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성숙이 필요하다. 정치적 승자는 패자를 포용하고, 경제적 성공을 거둔 사람은 그늘에 있는 이웃을 돌아보며, 힘 있는 국가는 힘이 약한 국가와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뜨거운 햇살과 가뭄, 폭우가 없었다면 오늘의 풍성한 결실도 없었을 것이다. 역경은 그 자체로 우리를 성장시키지 않지만, ‘역경에서 무엇을 배우느냐가 우리를 성장시킨다.’

이제 갈등의 여름을 지나 결실의 가을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 시간의 상처가 새로운 분열의 씨앗이 아니라 더 공정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들녘의 벼가 고개를 숙이듯 우리도 조금 더 겸손해지고, 열매가 익어가듯 우리의 생각과 제도도 조금 더 성숙해지기를 소망한다.

‘뜨거운 여름을 견딘 나무가 더 단단한 열매를 맺듯, 오늘의 역경이 내일의 희망으로 익어가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초가을의 들녘이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결실의 계절이다.
주간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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